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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노X세계일보] 특별기획 <미투 참여자들은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그 길에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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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노X세계일보] 특별기획 <미투 참여자들은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그 길에 함께하겠습니다>

최수영 서울여성노동자회 활동가

‘못다 한 이야기 #WITH YOU’

 

지난달 30일 만난 최수영 서울여성노동자회 활동가와의 문답을 정리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를 위한 심리적 회복 지원을 위해 전국에 있는 고용평등상담실에서 피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신고하면 불이익, 따돌림, 각종 2차 가해 등에 시달리는 직장 성폭력 피해자의 삶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신고 이후 피해 노동자의 삶이 ‘대부분 이러하다’고 답변하긴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개인요인(성향 등) 뿐만 아니라 환경요인도 중요하니까요. 또한 본회 내담자 분들 중 사건이 마무리가 되고 난 이후에도 종종 연락하시거나 회원으로 함께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긴밀한 연락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분들도 ‘일상’을 살 때 ‘피해의 기억’은 묻어두고 싶겠지요.

성희롱 신고 이후 피해 노동자의 삶은 고단합니다. 신고나 진정한 후 조사를 받는데 사건 진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피해 상황을 떠올려야 하죠. 때로는 회사에서 ‘문제를 일으킨 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각자의 어려움 속에서도 대응 이후 강해진, 전과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문제제기 하지 않았다면 계속 똑같이 피해를 겪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문제제기 한 것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고요. 신고 등의 경험은 삶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주체적으로 대응했던 경험입니다. 또한 주변에 돌아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그래서 무언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또한 피해를 겪은 사람에게 조언을 해주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피해자들이 폭로 이후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신고 전에는 신고를 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 때문에 힘들어 하시고, 신고 직후에는 두려움이 큰 것 같아요.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도 고통스러워 하시죠. 또 경찰서든 고용노동부든 일반 사람에게 친근한 곳은 아닌데다가 신고 후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는 것 같아요. 법에 호소하면 가해자는 벌 받고 피해자는 보호 받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믿음이 있었는데 결국 ‘내가 피해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세요. 집앞에 누가 버리고 간 쓰레기가 있어도 행정기관에 신고하는 세상에 살다가, 직장 내 성희롱 신고 이후에는 내가 직접 해야할 것이 너무나 많죠. 그렇다고 회사나 사회가 피해자인 나에게 호의적인 것도 아니에요. 우리 사회가 약자에게 냉담한 단면을 직면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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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계가 달린 직장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은 폭로가 더 힘들기도 하지만 폭로한 후에도 피해자가 추가 피해를 많이 입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셨다시피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행위, 폭력이나 갑질 등을 문제제기 했을 경우 생계의 곤란이 예상됩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기가 어렵죠.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 노동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동등한 구성원이 나에게 잘못한다면 사과나 시정을 요구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업주나 상사와 같이 회사에서 나보다 권력 있는 사람이 나에게 부당한 언행을 하는 경우 사과나 시정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회사에서 상사의 잘못되거나 부당한 언행에 ‘문제’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면, 폭언과 폭력이 일어난다면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질 겁니다. 또한 사내 문화가 ‘음담패설’이나 ‘웃자고 하는 농담’을 자주 하는 등 성차별적 분위기라면 직장 내 성희롱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사내 문화에서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면 그 문화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정신을 갑자기 차리고 피해자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을 기대할 순 없겠죠.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피해자를 공격하게 됩니다. 직·간접적으로 말이죠. 그러한 이유로 직장 내 성희롱 신고 후, 회사 내 집단 따돌림은 흔하게 일어납니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 이러한 고통 때문에 폭로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피해자들이 ‘묻고 가자’고 결심하게 되는데 이것이 또 악순환합니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정 작용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는 성희롱을 하면 안 된다’고 정해져야 합니다. 이는 사업주의 선언이 필요한 일입니다. 성희롱이 발생할 시 가해는 ‘징계’ 받는다고 정해지면 누구나 조심하게 됩니다.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지각을 하면 안 된다’고 정해져 있고 지각을 하면 불이익이 있다면 대부분 출근 시간을 지킬 것입니다. 자주 지각을 하면 징계 조치가 있겠죠. ‘직장 내 성희롱은 하면 안 되는 행위이며, 성희롱 가해 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 모두가 인식하는 등 직장 내 성희롱으로부터 안전한 분위기(성희롱이 발생하기 어려운 안전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성희롱 발생은 적어질 것이고 성희롱 피해자도 피해를 말하고 바로 잡으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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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대응하고 싶다, 피해자로 남지 않겠다는 피해자들이 최근 늘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의 긍정적 영향으로 볼 수 있을까요? 이러한 변화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미투 운동 이후 ‘성희롱·성폭력은 가해자가 잘못한 것이다’라는 인식이 확산·확립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에게 잘못을 되돌려 왔습니다. 피해를 입은 자가 잘못한 게 있을 거라고 말해왔던 겁니다. 그러니 피해를 말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죠. 내가 잘못한 건가 스스로도 생각하게 되고요. 하지만 피해를 말하는 사람이 생겨나면서 ‘나만 겪은 피해가 아니다’, ‘내가 잘못해서 겪은 피해가 아니다’, ‘성희롱·성폭력은 해서는 안 된다’, ‘성희롱·성폭력은 가해자의 잘못이다’ 등의 생각이 생겼거나 확고해졌을 겁니다. 그러니 피해가 지속되지 않게 말하고,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으며, 가해자는 처벌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게 되죠.”

누군가 상대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빽빽한 지하철에서 한걸음 옮기다가 상대의 발을 밟은 것은 일회적이며 ‘실수’일 수 있습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상대가 피해를 입었으니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죠. 지하철에서 사람들 발을 밟고 다닙니다. 사람을 때립니다. 실수일 수 없고, 말로만 사과해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경찰서에 신고하고 경찰이 잡아가고 처벌 받아야겠지요. 피해 발생 시 가해자가 잘못을 알고 사과하는 것도 중요하고 사회에서도 가해자의 행위가 잘못되었음을 명확하게 하고 처벌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당연히 성희롱·성폭력에서도 마찬가지인데도 성희롱·성폭력 피해에서 회복하는 것은 (어쩌면 다른 것보다 유달리 더) 쉽지 않은 사회입니다. 하지만 피해에서 회복되기 위하여 가해자가 피해자(나)에게 피해를 입혔고 그것은 ‘죄’라는 것을 사회적(법적)으로 확인하고 약속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현행 제도나 규정 가운데 위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허점을 지적할 만한 것들이 있을까요?

“직장 내 성희롱 피해로 상담하는 경우, 회사에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는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회사에서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고 있는지(성희롱 발생 시 회사 내에 어디로, 누구에게 신고해야 하는지) 물어봅니다. 예방교육을 했으면 교육 때 들은 바 없는지, 취업규칙을 본 적이 있는지, 취업규칙에 해당 내용이 있는지 등을 묻죠. 회사 내 절차가 없는 경우, 서면 상 절차는 있으나 작동하지 않는 경우(고충 담당자·부서 부재, 담당자·부서 있으나 잘 모름, 담당자·부서에서 해결하고자 하나 상부에서 처리가 안 됨 등등)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정이나 고소·고발을 한 내담자 중에는 조사 중 근로감독관 또는 경찰관으로부터 부적절한 질문을 받거나 담당 근로감독관이 수시로 교체되거나 조사 진행 상황에 대해 적절한 피드백을 받지 못해 힘들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성희롱·성폭력에 대하여 사회적 인식도 변하고 있고 이에 법도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변한 법이나 규정을 처리하는 회사, (법)집행 기관의 변화가 같은 속도로 변화하고 있지는 못하여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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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노동자회에서 피해자 회복을 돕기 위해 하신 프로젝트나 피해자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은 내용이 있다면요?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고용평등상담실은 여성 노동 상담을 받고 있는데 상담의 70%가 직장 내 성희롱 상담입니다. 회사에서 발생한 다른 피해도 물론 (노동자에게) 심리적 압박이나 고충을 유발하지만,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 더 많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나 성차별, 괴롭힘 등은 인격적인 공격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본회에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법률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회복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심리상담 지원을 진행하고 요구하였습니다. 현재 전국 고용평등상담실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등의 피해 노동자를 대상으로 심리정서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지원 구조나 지원액이 달라서 일률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 제도적인 개선 못지 않게 시민의식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이는데요.

“이전에 비해 시민 의식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있어 온라인 댓글 양상이 변했다는 것을 강하게 느낍니다. 이전에 비해 성희롱·성폭력 사건 기사가 많아져 악플도 많아 보이는 건 아닐까요? ‘논쟁’이 된다는 것. 그리고 ‘피해자 중심 주의’를 이해하는 댓글이 많습니다. 오히려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일부 언론사, 대부분의 법 판결 등이 아닌가 싶어요. 어쨌거나 ‘피해’가 발생했고 ‘가해자’가 어떠한 피해를 입혔는지, 그리하여 이를 사회에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처리(처벌)할 것인지가 중요한 사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똑같은 피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 사회적으로 약속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 활동가로서 피해자들을 지원하시면서 가장 답답하고 안타까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요.

“내담자 중 자신 탓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잘못 했어’의 내용이 조금 이상합니다. 내가 성희롱 발생 시 그 자리에 없었다면 성희롱 피해가 없었을 텐데, 내가 가해자에게 쉽게 보였기 때문에 성희롱 피해가 있었다, 내가 그때 명확하게 ‘하지말라’ 거부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등등. 그러면 저는 그러한 가정의 의미와 가능성, ‘성희롱 발생 시 그 자리에 없었다면’? 그 자리가 어딘지가 중요한 게 아니죠. 성희롱을 한 가해자가 있으면 어디에서는 성희롱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해자에게 쉽게 보여서?’ 어떻게 강하게 보였어야 했을까요? 그것이 가능한가요? 라고 합니다. ‘명확하게 하지 말라 거부했어야 해’에는 거부하지 않았냐고 물어요. 보통 거부합니다. 상대가 거부의사를 묵살할 뿐이죠.

상사가 불합리한 (잘못된) 업무 지시를 하는 경우(ex. 무리한 업무량 요구, 비합법적인 업무 지시, 하다 못해 상사 개인적인 심부름 요구 등)에 ‘싫다’고 말하는지, ‘비합리적이다/상사의 생각이 잘못됐다/상사가 잘못 알고 있다/나는 그 지시를 따를 수 없다’ 등으로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지 등을 묻습니다.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나오죠. 그런데 왜 성희롱에 있어서는 보다 명확한 거절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지 등을 이야기합니다.

‘성희롱 발생 시 즉각적으로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실 알고 있지만) 그렇게 말 또는 생각하지 못하도록 사회에서 교육 받기도 하고 사회나 사람들이 요구하기도 합니다. 혹은 그러한 요구를 직간접적으로 목격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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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 참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내담자 분들께 말씀드리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그전에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봅시다. 피해를 입은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피해를 입힌 가해자가 잘못을 한 것입니다. 지금 그냥 넘어가면 덜 힘들까요? 문제제기를 하면 지금의 성희롱 피해를 입을 때 겪는 어려움과는 다른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그래도 지속되어 온 성희롱 피해는 당장 중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당신에게도 중지되고 다른 사람에게도 중지될 가능성이 커지죠. ‘내가 가만히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또 피해가 생길 것 같다. 그래서 힘들지만 신고하겠다’고 하는 내담자들이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피해자에게 손가락을 겨누는 사회에서 성희롱 피해에 말하고 다른 사람을 구제하려는 미투 운동을 하는 참여자들은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피해 구제, 회복뿐 아니라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응원하고 감사합니다. 그 길에 함께하겠습니다.”

정리=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피해자로만 남지 않을 것”… ‘직장 미투’ 2차 가해 대응 결심

[미투, 그 이후의 삶]

 

서울여노 ‘직장 내 성희롱’ 상담 결과
피해자 절반 공론화 과정서 부당 대우
집단 따돌림·해고·직무 미부여 등 피해
자책하는 피해자에 “가해자 잘못”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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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소재 중견기업에 다니던 A씨는 자신을 성폭행한 옛 직장상사와 3년째 법정 다툼 중이다. 대학 졸업 후 인턴십 과정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이때부터가 악몽의 시작이었다. 입사 후 한 달도 안 돼 화장실 불법촬영의 피해자가 됐고, 그 뒤에는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까지 당했다. 사측은 사실관계 확인 후 ‘없던 일’로 하라고 종용했다. 갖은 압박과 회유에 A씨는 결국 회사를 나와야만 했다. 새로운 삶을 찾아야 했지만, 재취업은 꿈도 못 꾸는 상태다. 다니던 회사에서 신상정보가 유출된 탓에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까봐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A씨를 성폭행한 직장상사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30일 취재팀이 만난 미투 피해자의 최근 삶이다. 생계가 걸린 공동체 안에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다는 것은 일상 전부를 걸어야 하는 가혹함으로 이어졌다. A씨의 경우 결국 직장을 떠나야 했다. 신고를 결심하기까지의 과정도 만만치 않지만 고발 이후 몰려드는 두려움과 불안감도 상당하다. 많은 경우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 고통스럽고,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이상하게 몰아가는 집단 따돌림도 흔하게 일어난다.

가해자는 처벌받고 피해자는 보호받을 것이란 믿음으로 법에 호소하지만, 사회의 낮은 성인지감수성을 마주하고 스스로 피해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지속적으로 놓이면서 어려움은 가중된다. 일반인에게는 낯선 경찰서와 고용노동부를 드나드는 일도 피해자에게 긴장되는 일이다. “성희롱 신고 이후 피해 노동자의 삶은 고단합니다. 직장에서 부당한 행위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생계의 곤란이 예상되고, 회사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자’로 낙인 찍히기도 하죠.” 최수영 서울여성노동자회(서울여노) 활동가의 설명이다.

 

◆‘직장 미투’ 피해자 절반 “불리한 처우 경험”

서울여노 평등의전화·고용평등상담실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거론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직장 내 성희롱 문제로 상담받은 이들의 절반(49.1%)이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불리한 처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 내 성희롱은 사업주이거나 상사가 행위자인 경우(80.2%)가 대부분으로, 이들이 성희롱 확인 등 처리기간에 피해자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사례가 많았다. 상사와 문제가 생기면서 동료들로부터도 무시나 괴롭힘이 발생하게 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마련된 불이익 조치 금지항목 7가지를 기준으로 내담자들의 2차 피해 경험을 조사한 결과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거나 이를 방치한 행위’가 39.4%로 가장 많았고, ‘파면, 해임, 해고 등 신분 상실에 해당하는 불이익 조치’가 23.4%, ‘직무 미부여 또는 재배치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 조치’는 7.6%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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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동료들에게마저 외면받을 때 피해자의 상처는 극대화된다. 법률사무소 오페스의 송혜미 변호사는 “첫 상담 때만 해도 피해자들은 ‘주변에서 가해자에게 다들 잘못했다고 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이후 그런 지탄이 별로 없는 것을 보며 절망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피해자의 동료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힘이 있는 가해자와도 얽혀 있기 때문이다. 직장 동료의 진술서 한 장 받기도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이유다. 증인 보호도 아직 되지 않아 피해자를 도와 진술할 이를 찾기는 정말 쉽지 않다.

조직 구성원들이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탓하지 않더라도, 피해자는 ‘평지풍파를 일으킨 사람’이라는 데 대한 암묵적 책임을 느낀다. 송 변호사는 “누가 무엇을 했다는 잘잘못을 떠나 분란을 일으켰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눈치 보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러한 압박에 시달리다가 피해자는 이사를 하거나 직종을 아예 바꾸고, 심한 경우 이민까지도 고려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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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로만 남지 않기 위한 싸움

최근 들어 2차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결심하는 피해자들도 늘고 있다. ‘피해자로만 남지 않기 위한’ 오랜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다.

서울여노 측은 미투운동 이후 가해자에게 사과받고 싶다거나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는 사례, 직장 내 성희롱 고충 신고 및 신고 후 대응 방법을 문의하는 사례, 형사처벌이나 피해 보상 관련 문의 등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피해를 입고 고발하는 순간에는 무력감에 떨었지만 대응 과정에서 조금씩 강해지고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한다.

최수영 활동가는 “성폭력을 신고한다는 건 삶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주체적으로 대응했던 경험”이라며 “이후 어떤 문제가 생기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도움받을 곳을 알아보거나 비슷한 피해를 겪은 이에게 조언을 해 줄 수도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그들은 피해자에 그치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 된다고 최 활동가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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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무엇을 잘못했을까요?”라고 묻는 피해자들에게 상담사들은 “피해를 입은 건 잘못이 아니다. 가해자가 잘못한 것”이라고 답한다. “지금도 힘든데 문제 제기하면 더 힘들 것 같다”는 말에는 “그냥 넘어가면 덜 힘들까요?”라고 묻는다. 여전히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손가락질이 아픈 사회에서 미투 참여자들은 “내가 가만히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가 생길 것 같아서 힘들지만 신고하겠다”고 결심한다.

서울여노 신상아 사무국장은 “오랫동안 성폭력 피해자에게 화살을 돌려온 사회는 피해자 스스로를 자책하고 검열하게 만들고, 피해를 말하기도 어렵게 했다”며 “피해를 말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이러한 흐름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게는 ‘나만 겪은 일이 아니다’,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 아니다’는 사실을 알리고, 사회에는 ‘성폭력은 범죄다’, ‘피해자는 보상을 받고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별기획취재팀=안용성·윤지로·정지혜·박지원·배민영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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