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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젠더법학회] 논평 <정부는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여  여성에게 안전한 임신중지 접근권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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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젠더법학회] 논평 <정부는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여 여성에게 안전한 임신중지 접근권을 보장하라>

[논평]

 

정부는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여

여성에게 안전한 임신중지 접근권을 보장하라

 

 

  1. 10. 7.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낙태죄를 존치시켜 범죄화를 유지하고 예외적 허용 요건을 신설하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낙태죄 조문은 유지되며 신설 조항에서 일정 경우에만 위법성을 조각시킨다. 신설 조항은 임신 14주까지는 임신중지를 허용하고, 이후 24주까지는 ‘사회적∙경제적 사유’ 등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임신중지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임신중지의 경우 상담 이후 24시간이 지나야 임신중지가 가능하다. 이에 더하여 모자보건법에는 임신중지시술에 대한 의사의 진료 거부권을 명시하고 미성년자의 경우 동의 요건을 규정했다.

 

이번 정부안은 ‘임신·출산·육아는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임신한 여성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신의 몸을 임신상태로 유지하여 출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생활영역을 자율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것에 관한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에 터 잡고 있는 것’이라는 작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보다 후퇴하여 여성의 결정과 자율성에 대한 존중이 아닌 임신중지의 처벌이라는 구시대적 관점으로 다시 회귀한다. 이는 국제인권법 및 기준에도 반하며, 지난 8월 법무부 산하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 전면 삭제 권고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임신중지의 범죄화는 임신중지를 감소시키지 못하고 출산율도 증가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임신중지의 범죄화를 포함하여 숙려기간, 제3자의 동의, 진료 거부 등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의 접근을 제한하는 모든 장벽은 여성의 결정을 지연시키고 여성을 불법적이고 안전하지 않은 의료절차에 노출시켜 여성의 생명권, 건강권, 자기결정권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재생산 건강에 대한 필수적인 보건의료인 임신중지에만 유독 진료 거부권이 정당화된다는 점 또한 낙인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입법예고안은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공식 논의가 드러나지 않다가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입법시한인 2020년 12월 31일을 불과 2달 여를 남기고 공개되었다. 이 과정은 여성의 목소리와 재생산 경험을 경청할 기회를 거부하여 권리 주체를 소외시키고 무기력화하는 문제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임신중지는 더 이상 형법을 통해 국가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필수적 의료와 기본권으로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이를 안전하게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성과 재생산 권리에 관한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일반논평 제22호는 성과 재생산 건강에 대한 국가적 전략이나 행동계획을 채택 실시하여 구매가능한, 허용가능한, 양질의 성과 재생산 의료서비스, 재화, 시설로의 보편적이고 동등한 접근을 보장할 것을 당사국의 핵심 의무사항으로 보고 있다.

 

안전한 임신중지는 여성이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설계하는데 필수적인 기본권이다. 자신의 출산력을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영위할 수 있을까. 임신∙출산 능력과 가능성이 더 이상 여성의 삶에 근본적 장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이제 단지 낙태죄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련하여 많은 법률과 정책이 달라져야 할 것이며 한국젠더법학회도 앞으로 이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한국젠더법학회는 정부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개정방안을 다시 원점에서 검토하기를 촉구한다.

 

2020. 10. 14.

한국젠더법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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